캐나다에 처음 이민와서 제일 먼저 하게 되는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렇죠. 일단 거주할 곳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겠지요. 제 경우는 랜딩하기 두 달 전 쯤에 사전 답사를 위해 밴쿠버에 5 일쯤 다녀갔었습니다. 이 때, 여러 지역을 돌아보다 우선 아이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는 집을 찾아내서 집 계약을 하고 한국에 돌아가서 이삿짐을 새로 이사할 집으로 보냈습니다. 실제로 랜딩해서는 나흘 정도 입주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구입한 집으로 들어갔었습니다. 대부분은 이민자들은 처음에 랜딩해서 민박을 한두 달 정도 한 다음에 집을 구한다든지, 아니면 1 년 정도를 아파트나 집에 렌트를 얻어서 살다가 원하는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아마도 자동차를 사는 일일 것입니다. 대중 교통으로 스카이 트레인(sky train, 공중 무인 전동차)이나 버스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자동차가 없으면 캐나다에서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운전 면허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이민자의 경우 별도의 시험없이 한국의 면허증을 제시하여서 캐나다의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면허증이 아니라 자동차 보험이죠.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의무 보험에 가입을 해야만 하는데, 캐나다의 보험료가 한국에 비해서 많이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캐나다에서의 운전 경력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의 산정에 있어서 할인된 요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무사고 운전 증명을 영문으로 발급받아 와야만 합니다. 이민자의 경우는 반드시 랜딩 전에 이 서류를 발급 받아 와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25306_500x자동차 보험 요율의 산정을 보면, 사고가 없는 사람일수록 보험료를 낮게 적용하고, 사고가 생기면 보험 요율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주 잘 정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BC 주의 경우에는 아무런 보험 경력이 없으면 0 (base rate) 레벨에서 시작해서 1 년 동안 클레임(사고로 인한 보험료 청구) 건 수가 하나도 없으면 레벨이 하나씩 내려가고, 클레임이 있으면 레벨이 몇 계단씩 올라가게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10 에서 -19까지 30 개의 레벨이 있게 되는데, +10 레벨이 가장 높은 보험 요율이 적용되어서 0 레벨의  보험료보다 205 %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합니다. – 레벨 중에서 어느 이하는 0 레벨 보험료에서 43 % 를 할인받게 됩니다. 따라서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과 가장 적게 내는 사람의 보험료 차이는 거의 여섯배가 되는 셈이지요.

자동차 보험은 의무 보험(liability insurance) 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책임 보험’ 과 ‘종합 보험’ 으로 구분해서 부르지요. 캐나다의 자동차 보험은 연방 정부 소관이 아니라 주 정부 소관입니다. 따라서 주마다 보험에 대한 규정과 운영이 다 틀립니다. 단적으로, 캐나다의 여러 주와 테리토리 중에서 비씨 주(British Columbia)와 마니토바 주(Manitoba) 그리고 사스케츄완  주(Saskatchewan) 는 자동차 의무 보험을 주 정부에서 관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무 보험에 추가해서 본인이 일반 보험 회사로부터 추가의 보험을 드는 것은 자유입니다.

타주의 자동차 보험도 비씨 주와 거의 같은 개념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숫자나 운영 절차 등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의무 보험을 비롯한 주택과 사업의 의무 보험에 관련한 규정과 책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 의무 보험이라는 것이 제도화되고 그에 따른 시행 규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었는데, 제가 가장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은 인도주의적인 사고가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선,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에서는 일단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시끌벅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고로 인해 사람이 다쳤어도 우선 누구의 잘못이냐를 먼저 가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누구의 잘못이냐에 따라서 사고를 당한 사람의 치료비가 어디서 지불될 것인가가 결정이 되니까요.

저도 캐나다에 와서 여러 번 접촉 사고를 목격했고, 저도 두 번이나 정지하고 서있는데 뒤에서 가볍게 차에게 들이받힌 경험을 했습니다만, 접촉 사고가 나면 내려서 확인하고 서로 보험 증권과 면허증 정보 교환하고 잘잘못을 가리기가 애매한 경우에는 주위의 사람에게 목격자가 되어달라고 하고 연락처를 받으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그리고는 그 상황을 ICBC(Insurance Council of BC. BC 주에서  자동차 보험을 주관하는 기관)에 보고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처리를 해주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가 ICBC의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라도 불리하게 판정을 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이러한 연유에다 이곳 사람들의 문화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지, 사고가 나도 목소리를 높인다는지 서로 니잘못 내잘못 하면서 논쟁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몇 가지 보험의 규정을 보면, 이것이 우선 사람을 위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로 인해서 부상을 당한 모든 사람은 본인의 차량이 과실이 있던 없던 무조건 보험을 청구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No fault’ accident benefit 이라고 합니다.

만약에 횡단 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차에 치여서 부상을 당했거나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 사람이 영주권자이건 외국에서 온 여행객이건 자동차 사고로 인해 발생한 부상이나 사망에 대해서 보험으로 다 처리를 해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부상자가 보험에 든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한국에서 캐나다로 여행오시는 분들은 이 점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횡단보도 얘기가 나오니까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갓 이민온 사람들에 관한 대표적인 에피소드들을 소개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참고로 웃다가 배꼽이 빠져도 그에 대한 의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책임질 수가 없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선 중국입니다. 중국에서 갓 이민 온 가족들이 밴쿠버 다운 타운으로 구경을 나갔는데, 시간이 좀 늦어져서 밤이 된 모양입니다. 횡단 보도의 신호등이 세워져 있는 기둥의 허리 높이 쯤의 위치에 건너가려는 사람이 누르는 버튼이 있습니다. 이것을 눌러야 신호등이 바뀌어서 차가 정지하고 횡단보도 맞은편에 서있는 신호등에 있는 붉은색의 사람의 손이 그려진 등이, 사람이 건너가라는 표시인 흰색의 사람 걸어가는 모양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없는 나라이다 보니까, 횡단 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눌러야먄 신호가 바뀌게 해놓은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누르지 않으면 신호가 절대 안바뀐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포함 온 가족 여덟 명이 5 분을 기다려도 신호가 안떨어지는 겁니다. ‘그래, 캐나다는 뭐든지 느린 나라라 그랬잖아. 그리고 우리가 누구냐, 만만디의 중국 사람들인데 기다리지’ 하면서 10 분 가깝게 기다려도 신호는 안바뀌는데 그렇다고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고 말입니다. 답답한 심정에 건너편 기둥의 붉은 색 등을 보니까 손바닥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 표시는 스톱의 의미로 ‘건너지 마시오’ 를 나타내는 것인데, 이 사람들이 ‘아, 등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는 손을 들고 그냥 건너가라는 거구나’ 라고 나중에 해석을 하고서는 온 가족 모두가 손을 높이 들고 횡단 보도를 건넜다는 얘기입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면 웃음이 쏟아질 것입니다. ㅋㅋ

다음은 일본에서 이민온 사람의 얘기입니다.

일본에서 이민온 남자가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늘 하던 버릇대로 아내의 뺨을 때렸는데, 그만 그걸 옆 집 사람들이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깜짝 놀란 캐내개스타운디언 부부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들이 집으로 달려와서 그 남자를 묶어서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경찰이 왜 아내를 구타했는지 등등을 물으면서 조사를 했는데, 이 남자는 일본에서는 캐나다와 틀려서 아내의 뺨을 때리는 것이 별 문제가 안되고 당연시되는 문화라고 얘기를 해서 넘어가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경찰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해서 이 사람들의 신상 정보와 진술을 정리해서 캐나다 주재 일본 대사관으로 문서를 보내게 되었고 결국 이 사람은 본국으로부터 나라의 망신을 국제적으로 시킨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영구 귀국 불가’ 조치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 얘기입니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작은 사거리나 삼거리는 ‘4 way’ 또는 ‘3 way’ 라고 해서 정지선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먼저 가는 이른바, 퍼스트 인 퍼스트 아웃 (First In First Out) 이 적용됩니다. 한국의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는 먼저 들이밀거나 운전 잘하는 사람이 왕이죠. 이민 온지 얼마 안되는 한국 남자가 Four way 에서 정지선에 제대로 정지하지 않고 먼저 지나가려고 하다가 먼저 정지했다가 출발하는 차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그 주위에 서 있던 차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상황을 파악하려 하면서 영어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이 양반이 영어를 전혀 못했던 모양입니다. 뭔가 자기가 잘못한 것 같긴 한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못알아 듣겠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눈을 감고 의자 뒤로 기대어 졸도한 척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 주위에 모였던 사람들이 정말 난리가 난 것입니다. 바삐 전화를 걸어서 경찰이 오고 삐융 삐융 소리를 내면서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린 것입니다. 난감해진 이 사람은 그렇다고 눈을 뜰 수도 없어서 계속 눈을 감고 졸도한 척을 하는데, 사람들이 볼을 치면서 뭘라고 뭐라고 계속 그러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람은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까지 실려가서 아내가 병원으로 올 때까지 계속 졸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 ^

이제 그만 웃고 다시 의무 보험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자동차 보험만 의무 보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도 의무 보험이 있고 상가 건물도 의무 보험이 있습니다. 주택이 무슨 의무 보험이 있나 의아해 하시는 분들은 그 유명한 바나나 껍질 사건을 상기해보면 아실 것입니다. 가게 앞에 바나나 껍질이 버려져 있었는데 주인이 치우지 않고 방치했다가 지나가던 행인이 밟고 미끄러져서 뇌진탕을 당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당연히 가게 주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는 눈이 많이 오는 나라입니다.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서 행인이 미끄러져서 다치게 되면 모든 피해 보상을 집 주인이 해야만 합니다. 또한 자녀나 동물이 제 3 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의무 보험의 적용 범위입니다.

이와는 조금 의미가 다른 보험으로, 사업체의 주체가 제 3 자에 의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보상받는 보험이 있는데, 그 경우를 제가 직접 목격하고 나니까 필요성에 대해서 실감하게 되었죠.

일전에 컬럼에서 ‘Costco’ 에 대해서 언급한 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저희는 가끔 가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는데, 식사 때가 되어서 시장하면 그 매장 한쪽편에 있는 핫도그와 피자 파는 곳에서 음식을 사서 먹습니다. 정말 가격이 반 값 정도밖에 하지 않으면서도 핫도그나 감자 튀김의 맛이 최상급이어서 애용하는 편이지요. 보통은 제가 두 사람 분을 주문해서 가져와서 의자에 앉아서 먹는데, 한번은 아내가 주문해서 가져오다가 그만 핫도그 하나를 떨어뜨리고 말았던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주문하는 곳으로 가서 핫도그를 하나 더 다시 사려고 섰는데, 판매원이 왜 다시 왔냐고 물어본 것입니다. 그래서 실수로 하나를 떨어뜨렸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새걸로 하나 그냥 주더라는 것이죠. ‘그 사람이 떨어뜨린 것을 본 것도 아니고, 설사 보았다 하더라도 손님 실순데, 다시 한 개를 그냥 주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날 왠지 모르게 그 2 불 하는 핫도그를 그냥 받아서가 아니라 기분이 은근히 좋더라는 것이죠. 저뿐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뭐 핫도그에 보험이 들어져 있는 것도 분명 아닐텐데요.

어떤 날, 또 쇼핑을 마치고 거기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 인도 여자가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 하고 앉아서 피자를 먹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여자 아이가 카트에 올라타서 물건을 들고 장난을 하다가 유리병으로 된 무슨 양념을 떨어뜨려서 왕창 깨지면서 양념이 바닥에 쏟아지면서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조금 있다가 직원이 와서 아이나 부모에게 기분 나쁜 내색을 조금도 하지 않으면서 일일히 그걸 다 치우고 갔습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는데, 그 인도 여자가 어디로 가는 것입니다. 저하고 아내는 물건을 다시 사러가는 것이라고 추측하였죠. 그런데 같은 물건을 어떤 직원에게서 받아서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까. 아, 결국 새것으로 다시 준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이 잘못해서 망실이 되어도 새것으로 다시 준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고객이 구입한 물건이 매장을 벗어나기 전에 손상을 입게 되면 그것이 고객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고 고의가 아니면 새것으로 다시 주도록 규정 (Policy) 이 되어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일종의 손상 보험 내지는 의무 보험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의무 보험이라는 것은 역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도주의적 사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도 모두가 평화로운 해결을 얻게 된다는 점이라는 것입니다. 니 잘못이니 내 잘못이니 따지고 다툰다거나 배상을 해주니 못해주니 승강이할 필요가 없으니   심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해외로 나가면서 5 불짜리 여행자 보험을 들고 비행기를 탔는데, 마음이 푸근하더랍니다. 만약에 비행기 사고가 나도 내 가족은 보장을 받는다라는 생각에 말이죠. 보험은  만약의 사태에는 실제적인 보상을, 평상시에는 마음의 평안 (‘Peace of Mind’) 을 준다는 것입니다

<출처> http://www.worl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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